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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건담과 아무로를 사자비와 샤아보다 좋아했는데 그 사건때문에 샤아로 받아왔다.

제발 마음속에서만이라도 그 시절 그 모습 대로 순수하게 살아있었으면

 

고백하자면 사실 건담은 겉핥기로만 보고 아는척 했었다. 고등학교 1학년때였나 NHK BS 방송에서 건담 몇주년인가를 기념해서 <기동전사 건담>의 극장판 3부작을 틀어줬었는데 그걸로 한번 보고, 이후에 건담 정도는 오타쿠의 기본 소양으로서 봐둬야지 싶어서 클럽박스에서였나 다운받아서 <기동전사 건담>과 <기동전사 Z건담>을 반쯤 의무감으로 보았다. 소양을 불법 다운로드로 쌓는 웃긴 시절이었다.

 

하여간 당시의 만잘알 오타쿠들은 이른바 "우주세기 건담"을 칭송하고 <기동전사 건담 SEED>를 까야 되는 의무감 같은게 있었다. 대충 후쿠다 감독과 故 모로사와 여사를 욕하고, <기동무투전 G건담>과 <신기동전기 건담W>은 본적도 없으면서 "유파 동방불패는!" 어쩌고 몇줄만 주어담고 그래도 "헤이세이 건담"에는 로망이 있었다 어쩐다 하면 건잘알이 된 기분이었다.

 

사실 건담을 다시 진지하게 보게된건 재능TV에서 "통통신작"으로 <기동전사 건담>을 더빙방송 해주면서였다. 나이 들어 다시 보니 생각보다 더 괜찮은 애니메이션이었다. 대학물 먹을때 80년대 90년대 서적들을 많이 읽어서 그 시절 감수성이 늘어나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뒤늦게 건담을 다시 정주행 하고 싶었지만 여전히 정식으로 볼 수 있는건 <기동전사 건담>과  <기동전사 Z건담> 뿐이었다.

 

한편으로 넷플릭스에서 <섬광의 하사웨이>를 보고 <역습의 샤아>를 봐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정규루트로 볼 방법이 없어서 안타까워하던 찰나 뜬금없이 극장개봉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건 봐야지 싶었는데 아뿔싸 우리동네 롯데시네마에서는 개봉을 안하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피곤함을 무릅쓰고 1시간 걸려서 옆동네 롯데시네마를 찾아갔다.

 

<역습의 샤아>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왜곡된)짤방을 너무 많이 보고, 슈퍼로봇대전에서 심심하면 아무로와 샤아가 만담을 하기 때문에 반쯤은 본거 같은 기분이었지만, 확실히 그렇게 글이나 요약본으로 보는것과 실제로 보는것 간의 간격은 컸다. 당시 심혈을 기울여 만든 극장판인 만큼 연출은 아주 좋았고, 토미노 감독 작품인 만큼 이야기는 더럽게 불친절 했다.

 

다른것보다 그런 글로만으로는 전해지지 않는 미묘한 감정선이 파편파편나 있지만 애니메이션 전체에서 꽤 강력한 이상을 준다. 하사웨이, 퀘스 같은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는 캐릭터도 실제 작품 전체를 보면 어느정도 그 행동에 대해서 생각해볼 구석들이 좀 많이 보였다. 물론 더럽게 불친절한 방식으로...

슈로대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이상하게 점점 샤아에 대한 애정이 깊어져 간다. 

 

굳이 작품에서 한 장면을 뽑자면 전철에서 사람들이 샤아를 찬송하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문득 생각난다. 샤아 아즈나블은 어떤 기분으로 그걸 듣고 있었을까? 토미노 감독이 샤아를 통해서 우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극장판을 보면서 샤아에 대한 평가. 개인으로서도, 정치가로서도, 파일럿으로서도, 사상가로서도 어느 하나 정점에 이르지 못하고, 무언가를 이루지도 못했다는 안타까움이 컸다. 샤아에게 해피엔딩은 없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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