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감상문/책

도둑맞은 집중력

실러넷 2024. 8. 24. 13:40

도둑맞은 집중력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저 / 김하연 역 / 어크로스(2023)

도둑맞은 책 구매

이 책을 구매한 계기가 이 책에서 비판하는 현상 그 자체라서 꽤 역설적이었습니다. 유튜브 더 밥 스튜디오의 "라면꼰대" 방송에서 김풍 작가님이 이 책을 고르는것을 보고 재미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친구랑 술을 먹다가 스마트폰을 켰는데 갑자기 서점앱(리디였는지 밀리였는지)에서 추천도서로 뜨는걸 보고 이걸 사야겠다는 충동이 갑자기 들었거든요. 심지어 우리동네에는 일반 도서를 살만한 서점이 알라딘 중고서점 밖에 없어서 중고로 샀습니다. 저는 보통 몇천원 더 들어도 새책만 사는 편인데 이 구매가 얼마나 충동적이었나 싶습니다.

 

앞부분만 펴본 흔적이 있는 깨끗한 책의 상태는 원 주인도 집중력이 도둑맞은 사람인걸 알려주는거 같았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원주인의 길을 따라서 취한 상태로  집에 가져와 책장에 이 책을 꽂고 언젠가 읽어야지 생각만 하다 몇달이 지나서야 책장에서 펴서 읽게 되었습니다.

 

문제의식은 괜찮았는데...

책의 초반부는 꽤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극단적인 디지털 디톡스를 실행하려는 작가의 심정이 이해가 갔습니다. 저 역시 십수년간 일어나자 마자 컴퓨터를 키거나, 요즘은 스마트폰을 열어서 커뮤니티 게시판 따위로 하루를 시작하는 경향이 너무 심했고, 이것을 정말 고치고 싶었거든요. 그나마 작가는 생산적인 일에 종사하면서 그런 디지털 활동들이 어느정도 생산성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데, 저는 그 또한 아니었으니까요.

 

작가의 개인적 경험에 이어서 여러 사람들과 인터뷰 하며, 개인의 문제에서 사회의 문제로 넓혀가며 지적하는 부분은 어느정도 공감도 가고, 저 역시 이런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 부분이었습니다. 책의 중간까지는 꽤 집중하며 읽었습니다.

 

해결책은 있나?

작가는 집중력을 다룬 자기계발서적류가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며 개인이 극복해야 함을 강조하지만, 모니터 너머 저편에는 내 집중력을 빼앗기 위한 세계 최고의 엘리트 기업들이 있으머, 개인이 아닌 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함을 역설합니다. 하지만 그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은 커녕, 약간의 청사진조차 제시하지 못합니다. 

 

책에서 제시하는 유일한 해결책은 SNS에 대한 법적규제입니다. 국경이 없는 인터넷에서 범죄가 아닌 방식에 대해서 세계적으로 합의해서 그러한 서비스를 중지 시키자는 것 부터 불가능한 문제고, 만약에 미국이 그런 법을 만들 수 있다면 해외 서비스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겁니다. 한편으로 그 빅테크 기업들이 몰락했을때 미국 경제에 미칠 현실적 여파에 대해서는 일절 고민조차 없습니다. 물론 경제학 책도 아니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구체적인 수치를 요구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인지에 대해서 전문가들에게 인터뷰 정도는 따서 넣어야 설득력이 있을겁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책은 산으로 가기 시작하고 도둑맞은 집중력 마냥 책의 주제도 도둑맞아 버립니다. 주4일, 기본소득, 식단문제, ADHD 그냥 주제를 마구 던지면서 책이 끝나버립니다.

 

개인의 문제와 사회적 문제

이 책과 처럼 진보주의를 지지하는 저자들이 쓴 글들을 읽으면 가짜 뉴스 문제나 인터넷상의 극단주의 문제를 극우파(혹은 대안우파)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보입니다. 실상은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진보주의자들 역시 같은 함정에 빠져 있는건 마찬가지 입니다. 알고리즘은 진보주의자들에게도 공평하게 극단주의를 부추기고 있으며, 혐오는 우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모든것을 개인의 문제로 돌리거나, 저자의 이야기처럼 낙관론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에서 개인의 문제를 도외시하고 사회적 문제에만 집중하는것 역시 개인의 삶을 망가뜨립니다. 사회서적 몇 권 읽고 시니컬 하게 사회를 보며 오히려 대인 관계 문제는 더 심각해지며, 현실보다 관념을 위해 사유하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인터넷에서 예전의 저와 같은 사람은 수도 없이 보았으며, 당장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나 X같은데서 하루종일 정치사회문제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뜬구름 잡는 소리로 마무리 하자면 개인과 사회, 보수와 진보 전부 중요한건 균형입니다. 집중력책에서 왜 엉뚱한 결론을 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시작부터 끝까지 현대사회의 도둑맞은 집중력 그 자체인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